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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개는 인류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이자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개와 인간이 오늘부터 친구로 지내자고 악수하고 지낸 것은 아니라 고대로부터 인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며 차츰차츰 유대를 더해가며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의 종류는 약 400여 종으로 그 다양한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모든 개들의 조상은 오로지 하나인데 바로 늑대, 그 중 Canis lupus 학명을 가진 회색늑대입니다. 개의 학명은 Canis lupus familiaris인데 바로 회색 늑대의 한 종류가 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늑대는 처음에 어떻게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5천 년 전, 지구는 거대한 빙산으로 뒤덮인 '빙하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지구를 누비고 다니던 늑대들은 그 수가 수백만 마리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인간들은 늑대를 두려워하며 나아가서는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늑대들은 항상 집단을 이루며 생활하며 무리 사냥했기에 훨씬 큰 몸집의 동물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늑대 집단은 우두머리 수컷과 암컷이 이끄는 엄격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사냥에 성공하면 우두머리가 가장 좋은 먹잇감을 차지하긴 했지만 무리 내 다른 늑대들도 자기 몫을 분배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냥뿐만 아니라 인간처럼 새끼 늑대들의 육아도 공동으로 나누어 키웠습니다.

 

인간이 여타 다른 짐승들과 가장 다른 점을 꼽자면 바로 을 이용할 줄 알았다는 겁니다. 불을 처음 사용한 시기는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던 지금으로부터 백만 년도 훨씬 더 이전으로 불은 혹독한 빙하기를 견딜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었고 사냥한 고기를 날 것이 아닌 불에 익혀 먹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고기를 익혀 먹음으로 해서 나는 냄새는 주위에 있던 늑대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동물인데다 탁월한 후각 능력을 갖고 있었던 늑대에게 그 냄새는 유혹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그렇게 늑대들은 고기 냄새에 이끌려 인간의 주위를 배회하게 되었고 여기서 인간들의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맛보게 됩니다. 늑대들이 아무리 무리를 이루어 사냥을 하고 사냥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항상 사냥에 성공한 건 아니었습니다. 배부를 때보다는 굶주림에 시달릴 때가 훨씬 많았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인간이 먹던 스테이크는 최고의 만찬이었을 겁니다.

이런 경험이 계속 쌓이다보니 늑대들은 이내 인간과 가까이 살면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떤 한 늑대 무리들은 영역주장도 사냥도 하지 않으며 결국 아예 인간 주위에 머무르기에 까지 이릅니다. 그저 인간들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남은 음식들을 주워 먹으며 이들은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인간들을 따라다녔고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흐르며 마치 새로운 습성이라도 생긴 것처럼 숲과 야생에 사는 늑대들과 유전적인 면에서 조금씩 분리되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종의 늑대, 현대 개들의 원초적 조상이 탄생하게 됩니다.



시간이 계속 흐르면서 이 원초적 개의 조상은 인간 무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인간들도 이들이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들에게 익숙해져 갑니다. 그렇다고 이제 인간들의 생활이 안전해 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밤이 되면 인간들은 불 주위에 둘러앉아 어둠 속에서 자신들을 노리는 포식자들을 경계해야 했습니다. 개의 조상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 상위 포식자와 맞닥뜨리게 되면 그들은 무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의도치 않게 인간들도 동시에 보호하게 된 셈이었습니다. 운이 나쁜 경우엔 늑대들이 죽기도 했을 것이며 죽음을 슬퍼하는 울음소리는 인간들의 마음을 자극했을 것이며, 인간들은 자기들 대신 싸우다 죽은 늑대에 대한 고마움과 안쓰러움으로 기꺼이 돌봐줄 부모를 잃은 새끼들을 대신 돌보아 주기로 합니다. 뇌하수체 호르몬의 일종인 옥시토신(Oxytocin)은 모든 포유류에게서 분비되는데 새끼에게 젖을 먹이거나 반복되는 손길에서 따스함을 느낄 때 생성됩니다. 새끼 늑대들과 인간들 사이에선 이 옥시토신을 통해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유대감이 형성되었을 것이며, 이는 오늘날 사람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과 흡사했을 겁니다.

인간의 손에 돌봐진 새끼들의 후손들은 대를 거듭할수록 인간들과 유대감으로 강하게 엮이게 되고 인류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개의 조상으로 진화했습니다.

개의 조상 중에서도 여전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녀석이 있거나 특히 아이들에게 위협적인 것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바로 배척되거나 죽임을 당했을 겁니다. 때문에 인간과 어울린 녀석들은 온순한 성격을 지닌 개의 조상들만 인간의 곁에 남게 됩니다. 결국 자연 도태의 절차를 통해 진화되기보다는 인간의 개입이 원시 개들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놓게 됩니다. 개의 진화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계속 됩니다. 인간들은 데리고 있던 개들이 늑대의 후손답게 인간보다 훨씬 예민한 청각과 후각, 뛰어난 사냥술, 민첩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능력을 자신들의 생활에 이용하고자 합니다.

 

처음엔 사냥에 이용할 목적으로 개를 교배 시켜 사냥에 최적화된 개를 만들고, 목축을 하고 부터는 사냥보다는 가축들을 몰이할 수 있는 개를 만들었으며, 청각과 후각이 좋은 종들만 교배시켜 이 능력을 더욱 극대화 시켰습니다. 이런 식으로 인간은 그들에게 필요한 특성에 최적화된 개들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원시적인 수준의 교배를 통한 육종일 뿐이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개의 육종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전체 개 종류의 80%는 지난 몇 백 년 동안에 선별된 방법의 교배를 통해 탄생되었을 정도로 개의 전체적인 역사에 비하면 굉장히 짧은 시간에 폭넓게 분화되었습니다.

 


이렇듯이 개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가장 오랜 친구입니다. 인도에서는 개와 결혼식을 올린 사람이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단지 개를 정말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아니라 액운을 쫓기 위해 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인간과 개가 지금보다 더 끈끈한 유대로 엮어져 개와 인간이 함께 해왔던 시간만큼 더 시간이 흐른 미래에는 화제가 아닌 일상적인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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